후배 녀석이...
나의 영향인 탓에 80년대 노래를 듣고 있다.
날은 갑자기 싸늘해졌는데...
마음이 따뜻해진다.
사람에게서 기억이란...
어린 시절 김용의 영웅문을 읽지 않은 남자들은 많이 없을 듯 한데... ^^
꽤 많은 분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난다.
무협과 사랑이 적절히 버무려진 명작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왕가위 감독은 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인 동사와 서독에 관한 언급을 가지고
정말 잘 만든 영화를 만들었다.
동사서독...
영어 제목은 아마도 "시간의 재(또는 먼지)"였을 것이다.
영어 제목이 더 멋졌었다.
이 영화를 몇번 보았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색빛으로... 황량하게...
내가 본 왕가위 감독 영화중에서는 단연히 최고로 꼽을 수 있다.
영화 내내 아주 중요한 매개체로 나오는 술인 "취생몽사"가 있다.
사랑을 잃고 그것을 기억하고 괴로워하고...
사람에게서 그런 기억을 없앨 수만 있다면...
요즘 기억력이 부쩍 줄었다.
아마도 한때 많이 마셔버렸던 술의 복수인 것 같기도 하고... ^^
어릴 적 기억도 곧잘 되살리곤 했었는데...
친구들과의 한담 중에서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아져 버렸다.
따뜻한 기억들인데... 많이 안타깝다.
기억에 대해서 주절 주절 써내려간 이유는
사람에게서 기억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런 의문에도 불구하고...
좋지 못한 기억에 괴로워하고...
좋았던 기억에 그리워하고...
그러나 요즘 난 좋은 기억만 되살리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얼마 전 친구들과 대학 초년시절 기억을 떠올리니...
좋았던 기억들이 좋지 못했던 기억을 눌러 이기는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러나 한때는 치열했던 나의 모습을 기억해보면
웃음도 많이 나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동사 몰래 서독이 다 마셔버린 취생몽사의 허상에 얽매이기보다는
모든 기억을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이 정신 건강엔 좋을 듯 싶다.
쉽지 않겠지만...
나의 음악듣기를 보면...
그놈의 기억의 굴레에 쳇바퀴도는 듯 싶다.
동사서독이라는 영화를 기억하다 보니 김현식을 기억해 버렸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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