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이층에서 본 거리

빈 마음의 넉살 2021. 1. 26. 23:24

산울림처럼 대중적인 음악과 실험적인 음악을 동시에 선보인 그룹은 많이 없습니다만....

 

다섯손가락...

 

처음 그들을 접했을 땐 서정적인 발라드 음악을 하는 이지 리스닝 계열의 음악인 줄 알았습니다.

 

귀에 속속 꽂히는 멜로디...

 

"새벽기차"나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을 듣고 있노라면 소녀 취향의 소프트 록그룹 같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다들 떠나버린 다섯손가락을 홀로 지키고 있던 이두헌이 주도한 3집부터 이두헌의 진가는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물론 2집의 연주곡 "빈 지게"부터 실험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아직은 큰 울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3집을 들어본 순간...

 

아마 다섯손가락 3집을 들어본 사람들은 2집까지의 음악이 아닌 달라진 색깔에 거부감을 느꼈을 수 있겠습니다만

 

전 3집부터 이두헌의 행보가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3집의 타이틀곡인 "이층에서 본 거리"는 처음에는 이게 뭐야 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정말 좋습니다.

 

이두헌은 2층 다방에서 우연히 바라본 그때의 사실적인 풍경과 암울했던 시대의 모순을 빗대어 표현한 곡이라고 했습니다.

 

가사가 참... 모순된 현실을 잘 반영했죠... "길거리 약국에서 담배를 팔듯 세상은 평화롭게~~~♩♪♬"

 

이 곡 하나로도 이두헌은 대단한 음악인입니다.

 

세월이 지나서 다시 들어보니 외국의 어떤 프로그래시브 록 그룹이 부럽지 않습니다.

 

무심히 던지는 그의 보컬은 맑은 임형순의 보컬만큼 좋습니다. 그가 부른 "새벽기차"도 좋습니다.

 

 

 

그리고 같이 수록된 연주곡인 "전자 오락실에서"는 정말 좋은 연주곡이었습니다.

 

당시 어떤 잡지에서 본 듯한데... 대단한 가사가 있다고... 그런 이야기가 있었고...

 

몇 년 후 이두헌이 발매한 4집 타이틀이 "전자 오락실에서"였으며 가사가 있었습니다. ^^

 

그렇죠. 전자오락이라는 이유로 이유 없이 즐거움을 위하여 무수한 전투기를 부셔버리죠... 

 

부서지기 위하여 만들어진 캐릭터, 무죄의 비행기였습니다.

 

그런 문제의식이 내재되어 있다고 봐야겠죠.

 

 

 

이두헌이 유학을 가면서 다섯손가락은 잊혀가고 유학에서 돌아온 그는 솔로 앨범을 발표하였고

 

대학교수로 또 지금은 복합 문화공간이자 카페인 책가옥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책가옥에 가보시면 그의 음악과 함께한 강의부터 해설이 있는 미니 콘서트도 보실 수 있습니다.

 

 

 

최성수의 "잊지 말아요"도 이두헌의 곡입니다. ^^

 

 

 

이층에서 본 거리(1987년)

 

 

 

이충에서 본 거리(1987년, 다섯손가락 3집)

 

작사곡 이두헌

 

수녀가 지나가는 그 길가에서 어릴 적 내 친구는
외면을 하고 길거리 약국에서 담배를 팔듯
세상은 평화롭게 갈길을 가고 분주히 길을 가는
사람이 있고 온종일 구경하는 아이도 있고
시간이 숨을 쉬는 그 길가에는 낯설은 그리움이
나를 감싸네

해묵은 습관처럼 아침이 오고 누군가 올 것 같은
아침이 오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이유로 하루는
나른하게 흘러만가고 구경만 하고 있는 아이가
있고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도 있고 안개가
피어나는 그 길가에는 해묵은 그리움이 다시 떠오네

이층에서 본 거리 평온한 거리였어
이층에서 본 거리 안개만 자욱했어

 

 

 

전자 오락실에서(1989년)

 

 

전자 오락실에서(1989년, 다섯손가락 4집)

 

작사곡 이두헌

 

전자오락실에서 무수히 많은 비행기들을
부숴 버리고 나서 꿈을 꾸었지
무죄의 비행기들이 하나둘 소복을 입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그런 꿈을 꾸었어

세상은 늘 죄가 없나 봐 그 안에 사는 사람들만큼
세상은 늘 죄가 없나 봐 그 안에 사는 나만큼

문명의 낯선 모습이 표독한 이를 내미는 전자오락실에서
난 참 많은 걸 느꼈나 보다 전자오락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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