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일상 속의 한 곡... 14[탁발승의 새벽노래]

빈 마음의 넉살 2004. 12. 13. 17:45

이 노래는 한여름 밤 탁배기 한잔 걸치고 불러야 제 맛이 나는 노래다. 

음반 수집기에도 밝혔거니와... 

이 노래를 아주 잘 부르는 선배님을 알고 있다.

캠퍼스 한 자락에 막걸리 몇 박스를 들여 놓고 부르던 그 노래의 맛이란...

노래방이라는 곳도 없고 단지 몇몇이 둘러 앉아 마시던... 술자리...

허름한 술집에서 젓가락 장난에 구슬프게 나오는 뽕짝 한자락까지...

이 노래를 노래방에서 부른다면 무슨 맛이 나며 무슨 흥이 날까...

한해도 저물어가고... 가끔은 덧없는 생각만 들고... 그러다 보니 옛날 생각이 난다.

추억은 나이든 사람들의 몫이라는데... 왜 이러는지...

자꾸 뒷걸음질치는 내 생각에 깜짝 깜짝 놀란다.

세모라서 그런가...

아님 못나서 그런가...

그냥 전자이길 바라며...

※ 아직도 캠퍼스 한 곳에 옹기 종기 모여 술 마시는 후배들을 보면 

   그 때 생각이 많이 난다. 그러나 그들이 마시는 술은 맥주... ^^



탁발승의 새벽노래
         작사곡 - 정태춘

승냥이 울음 따라 따라간다.
별빛 차가운 저 숲길을.

시냇가 물소리도 가까이 들린다,
어서 어서 가자.

길섶의 풀벌레도 저리 고우니, 
석가세존이 다녀가셨나.

본당의 목탁소리 귀에 익으니,
어서 어서 가자.

이발길 따라오던 속세 물결도
억겁 속으로 사라지고

멀고 먼 뒤를 보면
부르지도 못할 
이름 없는 수많은 중생들...

추녀 끝에 떨어지는 풍경소리만 극락왕생하고
어머님 생전에 출가한 이 몸 
돌계단에 발길도 무거운데,

'한수야!' 부르는 목소리에 멈춰 서서 돌아보니
따라온 승냥이 울음소리만 
되돌아서 멀어지네.

주지스님의 마른기침 소리에 
새벽 옅은 잠 깨어나니,

만 리 길 너머 파도소리처럼 
꿈은 밀려나고

속세로 달아났던 쇠북소리도 
여기 산사에 울려 퍼지니
생로병사의 깊은 번뇌가 다시 찾아온다.

잠을 씻으려 약수를 뜨니 
그릇 속에는 아이 얼굴,
“아저씨!” 하고 부를 듯 하여 얼른 마시고 돌아서면

뒷전에 섰던 동자승이 눈 부비며 인사하고
합장해주는 내 손 끝 멀리 햇살 떠올라 오는데

"한수야!" 부르는 맑은 목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해탈 스님의 은은한 미소가
법당마루에 빛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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