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1991년 가을 어느 언저리...
남포동 고갈비 골목길 어느 어귀에서 술한잔 걸치고
부산대교 아래로 진출한 우리는 소주와 간단한 안주를 사고 둘러앉았다.
고바우라는 고갈비집 떠나갈 듯 불러째낀 나무젓가락 장단의 흥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
노래를 부르며 술을 마시고...
빼는 사람, 시키는 사람...
동아리의 뒷풀이는 항상 그러했다.
노래방이 없던 시절...
우리는 18번 한곡 정도를 부를 수 있어야 했다.
나같은 음치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었지만... 술기운으로... 뭐...
그때 방위 복무중이던 한 선배님께서 부른 곡이 서유석의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음정 박자 하나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후렴부분만 내 기억속에 각인되어 있다.
어떤 노래는 누구가 항상 부르는 곡이라는 것이 수학공식과 같았다. ^^
요사이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그 곡이 흘러 나왔다.
그때부터 드라마는 뒷전이고 나의 시선은 옛날로 돌아갔다.
막걸리 흥건히 젖은 잔디에 둘러 앉아 놀던 기억...
젓가락 장단에 고성을 질러대던... 그 고갈비집...
짬뽕 국물 한 그릇이 어디냐며 빼갈을 서너병 게눈 감추던 시절...
서유석의 아름다운 사람...
장난감을 받고서 그것을 바라보고
얼싸안고 기어이 부셔버리는
내일이면 벌써 그를 준 사람조차
잊어버리는 아이처럼
보 오오오오~ 보 오오오오~
보 오오오오~ 아름다운 나의 사람아
당신은 내가 드린
내 마음을 고운 장난감처럼
조그만 손으로 장난하고서
내 마음이 고민에 잠겨 있는
돌보지 않는 나의 여인아, 나의 사람아
보 오오오오~ 아름다운 나의 사람아